명리학 사주 캐논 · 6/15

격국론 — 월지가 정하는 사주의 구조

사주 여덟 글자를 하나의 뼈대로 묶어 읽는 틀, 격국(格局). 월지 지장간의 투출로 격을 정하는 원리부터 내격 10종의 성립·파격 조건, 종격·화기격·일행득기격 같은 특수 구조, 그리고 격국과 용신이 맺는 순서 관계까지 정리한다.

목차

  1. 격국(格局)이란 무엇인가
  2. 격을 정하는 원리 — 월지 지장간과 투출
  3. 내격(內格) 10종
  4. 외격(外格)과 특수격
  5. 격국과 용신의 관계 — 무엇이 먼저인가
  6. 성격(淸格)과 파격(濁格)
핵심 요약(BLUF). 격국론은 사주를 "월지가 어떤 십성을 대표하느냐"를 기준으로 하나의 구조(格)로 규정한 뒤, 그 구조가 온전히 살아있는지(성격·청격) 무너졌는지(파격·탁격)를 판정하는 해석 체계다. 격을 먼저 정하고 그 격을 보좌·유지하는 상신(相神, 넓은 의미의 용신)을 찾는 순서로 진행되며, 이는 일간의 신강·신약만으로 용신을 정하는 억부법과는 출발점이 다른 별도의 유파적 접근이다. 다만 실전에서는 두 이론이 상호 보완적으로 함께 쓰인다.

1. 격국(格局)이란 무엇인가

격국(格局)은 글자 그대로 "격(格)"과 "국(局)"이 합쳐진 말이다. 격은 사주가 갖는 성격 유형·구조적 틀을 뜻하고, 국은 그 틀이 실제로 짜여진 판, 즉 완성된 배치를 의미한다. 명리학에서 사주 여덟 글자는 각각 독립적인 기호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생극제화(生剋制化)하는데, 격국론은 이 여덟 글자 중 특히 월지(月支)를 축으로 삼아 사주 전체를 하나의 이름 붙은 구조로 압축해서 읽는 방법론이다.

왜 월지인가. 명리학 고전에서는 월지를 제강(提綱)이라 부른다. 제강이란 그물의 벼리, 즉 그물 전체를 들어 올리는 손잡이 줄을 뜻하는데, 월지가 사주 전체의 기세를 쥐고 흔드는 벼리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태어난 계절(월지)은 일간이 그 해 어느 기후, 어느 기세 속에서 태어났는지를 결정하며, 사주의 신강신약과 조후(調候), 그리고 격국이 모두 이 월지를 출발점으로 계산된다. 격국론은 이 월지가 일간에 대해 어떤 십성(十星) 관계에 놓이는지를 기준으로 사주를 유형화한다.

격국론의 계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자평진전(子平眞詮) 계열로, 월지 지장간의 투출을 기준으로 격을 엄격히 규정하고 그 격을 돕거나 해치는 상신(相神)의 유무로 성패를 가리는 정통 격국법이다. 다른 하나는 궁통보감(窮通寶鑑)·적천수(滴天髓) 계열에서 강조하는 조후·억부 중심의 용신법으로, 격이라는 이름보다 일간의 강약과 한난조습(寒暖燥濕)의 균형을 우선한다. 현대 임상 명리에서는 이 두 갈래를 배타적으로 쓰기보다, 격국으로 사주의 "유형"을 먼저 진단하고 억부·조후로 "처방(용신)"을 세우는 방식으로 통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번 챕터는 전자, 즉 격을 정하는 원리와 격의 분류 체계에 집중한다.

2. 격을 정하는 원리 — 월지 지장간과 투출

격을 정하는 절차는 다음 순서를 따른다.

1단계. 월지의 지장간(地藏干)을 확인한다. 지지 하나는 겉으로는 하나의 글자이지만 그 속에는 절기의 흐름에 따라 여러 천간의 기운이 층을 이루며 숨어 있다고 본다. 이를 지장간이라 하며, 보통 여기(餘氣)·중기(中氣)·정기(正氣)의 세 단계(일부 지지는 두 단계)로 구성된다. 여기는 이전 절기에서 넘어온 잔여 기운, 중기는 그 지지가 다음 오행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전환기 기운, 정기는 해당 월의 절기를 대표하는 본기(本氣)다. 예컨대 인목(寅) 안에는 무토(戊, 여기)·병화(丙, 중기)·갑목(甲, 정기)이 차례로 숨어 있고, 자수(子)에는 임수(壬, 여기)·계수(癸, 정기) 두 단계만 있다.

2단계. 이 지장간 중 하나가 사주의 다른 천간(연간·월간·시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지를 본다. 이를 투출(透出) 또는 투간(透干)이라 한다. 월지 지장간 중 어느 글자가 천간에 투출했다면, 그 투출한 천간이 일간에 대해 갖는 십성이 곧 격의 이름이 된다. 예를 들어 일간이 갑목(甲)이고 월지가 유금(酉)인데 유금의 지장간인 신금(辛)이 시간에 투출해 있다면, 신금은 갑목 입장에서 정관에 해당하므로 정관격이 성립한다.

3단계. 투출한 천간이 여럿이면 우선순위를 따진다. 원칙적으로 월지의 정기(본기)가 투출했다면 그것을 우선하여 격으로 삼는다. 정기가 투출하지 않았고 중기나 여기만 투출했다면 그 투출한 글자를 격으로 삼되, 정기와 중기가 동시에 투출한 경우처럼 복수의 격이 성립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주 전체에서 더 왕성하고 뿌리가 튼튼한 쪽, 혹은 격을 도와주는 세력이 더 큰 쪽을 격으로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단계. 지장간 중 어느 것도 천간에 투출하지 않았다면, 월지의 정기(본기)를 그대로 격으로 삼는다. 이 경우를 "월령용사(月令用事)의 정기를 격신으로 취한다"고 표현한다. 즉 투출이 없어도 월지 본기가 일간에 대해 갖는 십성이 격이 된다.

이렇게 정해진 격의 이름은 열 가지 십성(정관·편관·정재·편재·식신·상관·정인·편인·비견·겁재) 중 하나에 대응하며, 이를 전통적으로 내격(內格) 10종이라 부른다. 다만 비견과 겁재가 격으로 성립하는 경우는 별도의 명칭인 건록격·양인격으로 불리는 것이 관례다(3장에서 상술). 한편 월지가 일간과 같은 오행의 비겁이거나, 사주 전체가 특정 오행 하나로 극단적으로 쏠려 있어 정상적인 십성 분류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경우에는 내격의 틀을 벗어난 외격·종격·특수격으로 넘어간다(4장).

격을 정하는 이 절차가 갖는 실전적 의미는, 격이 사주 해석의 "제목"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격이 정해지면 그 사람의 사회적 페르소나, 대인관계 방식, 성패의 관건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1차 가설이 세워진다. 이후의 모든 해석 — 대운·세운의 길흉, 직업 적성, 파격 여부 — 은 이 격을 기준선으로 삼아 진행된다.

3. 내격(內格) 10종

내격은 월지에서 투출(또는 정기)한 십성이 정관·편관·정재·편재·식신·상관·정인·편인·비견·겁재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격국론의 표준 열 가지 유형이다. 각 격은 성립조건, 인물상의 특징, 어울리는 직업적성, 그리고 격을 무너뜨리는 파격조건을 함께 살펴야 실전에서 쓸 수 있다.

정관격(正官格)

성립조건. 월지 지장간 중 일간을 극하되 음양이 다른 오행(정관)이 천간에 투출했거나, 월지 정기가 정관에 해당할 때 성립한다. 예: 일간 갑목에 월지가 유금(정관의 기운)이거나 신금이 투출한 경우.

특징. 정관은 일간을 적절히 통제하는 규범·질서·명예의 별로, 정관격은 예로부터 격국 중 가장 안정적이고 귀(貴)한 격으로 대접받았다. 원칙과 체면을 중시하고, 조직 내 위계질서에 순응하며 신뢰를 얻는 성향이 강하다. 다만 정관이 지나치게 많거나(관살혼잡의 일종) 정관을 생하는 재성이 없으면 오히려 명예욕만 앞서고 실속이 없어질 수 있다.

직업적성. 공직·행정·법조·대기업 관리직처럼 규정과 위계가 뚜렷한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정관을 인성이 잘 이어받으면(관인상생) 학자·교육·의료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파격조건. 상관이 투출하여 정관을 직접 극하는 상관견관(傷官見官)이 대표적 파격이다. 이 경우 명예 실추, 관재구설, 상사와의 충돌 등이 나타나기 쉽다. 정관이 형충으로 손상되거나, 정관이 지나치게 많아 신약한 일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파격에 해당한다.

편관격(偏官格, 칠살격)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을 극하되 음양이 같은 오행(편관, 흔히 칠살七殺이라 부름)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편관은 정관보다 거칠고 급한 통제력으로, 예로부터 "살(殺)"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흉의(凶意)를 내포하지만, 식신이나 인성으로 잘 다스려지면 오히려 큰 권력·결단력·추진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 격국론의 핵심 통찰이다("살인상생殺印相生", "식신제살食神制殺"). 다스려지지 않은 편관은 다혈질·시비·건강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직업적성. 군·검·경, 정치, 대규모 조직의 리더십 자리, 위기관리·구조조정 등 강한 결단과 압박을 요구하는 직무에 적합하다. 식신제살이 잘 이루어지면 스포츠·수술외과의처럼 통제된 위험을 다루는 전문직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파격조건. 편관을 제어할 식신이나 인성이 전혀 없이 편관만 왕성한 경우(살왕신약殺旺身弱)는 대표적 파격으로, 사고·질병·시비수가 잦아진다. 반대로 식신이 너무 강해 편관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경우도 격의 균형이 깨진 것으로 본다.

정재격(正財格)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이 극하되 음양이 다른 오행(정재)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정재는 성실한 노력으로 얻는 고정적 재물, 그리고 남명에게는 정처(正妻)를 상징한다. 정재격은 근면·성실·계획성·안정 지향이 특징이며, 큰 모험보다 꾸준한 축적을 선호한다.

직업적성. 회계·재무·은행·부동산관리처럼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직무, 혹은 착실한 자영업에 적합하다.

파격조건. 비겁(비견·겁재)이 정재를 겁탈하는 군겁쟁재(群劫爭財)가 대표적 파격으로, 재물 손실과 동업 분쟁이 잦다. 정재가 형충으로 손상되거나, 정재를 생해야 할 식상이 없이 정재만 고립된 경우도 격이 약해진다.

편재격(偏財格)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이 극하되 음양이 같은 오행(편재)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편재는 유동적이고 규모가 큰 재물, 사업적 기회, 그리고 남명에게는 편처·이성운을 상징한다. 편재격은 사교성이 좋고 수완이 뛰어나며 통이 크지만, 씀씀이도 커서 관리가 관건이다.

직업적성. 무역·투자·유통·영업처럼 기회를 포착해 규모 있게 움직이는 사업, 혹은 다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에 강점이 있다.

파격조건. 정재격과 마찬가지로 비겁의 겁탈(군겁쟁재)이 큰 파격 요인이며, 편재가 지나치게 많아 일간이 감당 못하면 오히려 재물로 인한 시비나 이성 문제로 소모된다.

식신격(食神格)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이 생하되 음양이 같은 오행(식신)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식신은 순수한 생산·표현·의식주의 별로, 격국론에서는 "밥그릇"이자 수명·복록의 별로도 본다. 식신격은 낙천적이고 온화하며 여유가 있고, 남을 이롭게 하는 성향이 있다. 식신이 재성으로 이어지면(식신생재) 안정적 재물로 결실을 맺는다.

직업적성. 요식업·문화예술·연구·의료·복지처럼 생산과 돌봄, 콘텐츠를 다루는 분야에 적합하다.

파격조건. 편인이 식신을 극하는 효신탈식(梟神奪食)이 대표적 파격으로, 이 경우 건강(특히 소화기), 밥벌이의 안정성, 자녀운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식신이 형충으로 깨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관격(傷官格)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이 생하되 음양이 다른 오행(상관)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상관은 재능·표현력·비판정신이 극도로 발달한 별이지만, 동시에 정관을 극하는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체제에 대한 반발"의 상징으로 다뤄졌다. 상관격은 총명하고 창의적이며 언변이 뛰어나지만, 규율에 순응하기 어렵고 구설·이직이 잦을 수 있다. 상관이 재성으로 흐르면(상관생재) 뛰어난 실무 능력이 결실을 맺는다.

직업적성. 예술·방송·강연·기술개발·법조(변호)처럼 개인의 재능과 표현력을 앞세우는 전문직, 프리랜서·창업에 강점을 보인다.

파격조건. 정관이 사주에 있어 상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관견관은 상관격 자체에도 대표적 파격이며, 인성이 없이 상관만 강하면 오만함과 구설, 관재로 이어지기 쉽다. 반대로 인성이 상관을 적절히 제어하면(상관패인傷官佩印) 큰 성취로 전환되는 성격(成格)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정인격(正印格, 인수격)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을 생하되 음양이 다른 오행(정인)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정인은 문서·학문·명예·모친을 상징하는 별로, 정인격은 학구적이고 온화하며 명예와 인정(認定)을 중시한다. 인성이 관성의 생을 받으면(관인상생) 안정된 지위와 함께 학문적 성취를 이룬다.

직업적성. 교육·학계·연구·출판·행정·전통적 전문자격(명예를 수반하는 직군)에 강점을 보인다.

파격조건. 재성이 정인을 극하는 재극인(財剋印)이 대표적 파격으로, 학업 중단, 문서 관련 사고, 모친과의 갈등 등이 나타나기 쉽다. 인성이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게으르고 의존적이 되는 경우(인성태과)도 격이 흐려진 예로 본다.

편인격(偏印格)

성립조건. 월지에서 일간을 생하되 음양이 같은 오행(편인)이 투출하거나 정기로 자리할 때 성립한다.

특징. 편인은 정인보다 개성적이고 비주류적인 학문·기술·직관의 별로, 예로부터 "효신(梟神)"이라 하여 식신을 해치는 흉성으로도 다뤄졌다. 편인격은 통찰력이 뛰어나고 특수 분야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으나, 대인관계에서 고독감이나 단절감을 느끼기 쉽다.

직업적성. 종교·역학·심리상담·의학·예술·IT처럼 비주류적·전문적·직관적 영역에서 강점을 보인다.

파격조건. 편인이 식신을 극하는 효신탈식이 격 자체의 대표적 흉조이며, 재성이 편인을 극하는 경우(재극인) 역시 파격 요인이다. 편인이 비겁을 과도하게 생하여 나태·의존을 유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견격(比肩格, 건록격)

성립조건. 월지가 일간과 같은 오행이면서 음양도 같은 비견에 해당하는 경우, 특히 월지가 일간의 록지(祿地, 12운성상 건록에 해당하는 지지)일 때 건록격(建祿格)이라 부른다. 예: 갑목 일간에 월지가 인목인 경우.

특징. 비견·건록격은 일간 스스로의 힘이 왕성한 구조로, 독립심·자존심·자수성가의 기질이 강하다. 형제·동료와의 협력이나 경쟁이 인생의 중요한 테마로 부각된다. 격 자체가 관살이나 식상, 재성 등 다른 십성으로부터 적절히 제어·설계되어야 사회적 성취로 이어진다.

직업적성. 자영업·창업·프리랜서, 형제·동업 구조의 사업, 스스로 판단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전문직에 적합하다.

파격조건. 비겁이 과다한데 관살의 제어가 전혀 없으면 독선·고집·동업 분쟁으로 흐르기 쉽고, 비겁이 재성을 겁탈하면(군겁쟁재) 재물 손실이 커진다.

겁재격(劫財格, 양인격)

성립조건. 월지가 일간과 같은 오행이지만 음양이 다른 겁재에 해당하는 경우이며, 특히 양간(甲丙戊庚壬)일 때 월지가 제왕지(帝旺地)에 해당하면 양인격(羊刃格)이라 부른다. 예: 병화 일간에 월지가 오화인 경우.

특징. 양인은 겁재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날카로운 기운으로, 예로부터 흉살로 다뤄졌으나 관살로 적절히 제어되면 오히려 무관·의료·군경 계통에서 큰 성취를 이루는 양날의 별로 평가된다. 양인격은 승부욕과 추진력이 매우 강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직업적성. 군·검·경, 외과의사, 스포츠, 격투기, 위험을 다루는 기술직처럼 강한 결단과 신체적·정신적 담력을 요구하는 분야에 적합하다.

파격조건. 양인을 제어할 관살이 전혀 없이 양인만 왕성한 경우(양인무제羊刃無制)가 가장 흉한 파격으로, 사고·수술·시비·극단적 감정기복이 두드러진다. 반대로 관살이 지나치게 강해 양인을 압도하는 경우도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본다.

4. 외격(外格)과 특수격

사주 여덟 글자의 세력이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쳐, 정상적인 열 가지 내격의 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주는 억지로 신강신약을 따지기보다, 그 극단적인 세력의 흐름 자체를 따라가는 것이 순리라고 보아 별도의 격으로 분류하는데, 이를 통칭 외격(外格) 또는 변격(變格)이라 한다. 대표적으로 종격(從格)·화기격(化氣格)·일행득기격(一行得氣格)이 있다.

종격(從格)

종격은 일간이 너무 무력하거나(종왕격·종강격은 예외적으로 반대 방향) 사주 전체가 특정 세력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일간이 그 세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순종(從)하는 구조다. 억지로 일간을 돕는 오행이 들어오면 오히려 사주 전체의 흐름과 충돌하여 흉하게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종격이 성립하려면 그 세력을 거스르는 통근(通根, 뿌리)이나 대립 오행이 사주에 전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엄격히 적용된다. 소량이라도 저항 세력이 남아 있으면 종격이 아니라 그냥 극신약·극신강한 내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통 격국론의 입장이다.

화기격(化氣格)

화기격은 일간이 월간 또는 시간의 특정 천간과 간합(干合)을 이루면서, 그 합이 실제로 제3의 오행으로 화(化)하는 조건까지 갖춘 경우다. 천간합의 조합과 화하는 오행은 갑기합화토(甲己合化土), 을경합화금(乙庚合化金), 병신합화수(丙辛合化水), 정임합화목(丁壬合化木), 무계합화화(戊癸合化火)의 다섯 가지다. 화기격이 성립하려면 ①일간이 실제로 합을 이루는 상대 천간과 인접해 있고 ②월지가 화하는 오행의 계절과 일치하며 ③화하는 오행을 극하는 세력이 사주에 없어야 한다는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조건이 불완전하면 "가화격(假化格)"이라 하여 화기격과 구분해서 다룬다.

일행득기격(一行得氣格, 전왕격)

일행득기격은 사주의 지지가 삼합 또는 방합으로 하나의 오행 국(局)을 완전히 이루고, 일간도 그 오행과 같아 사주 전체가 하나의 기운으로 순수하게 통일된 구조다. 오행별로 다섯 가지 명칭이 있다.

일행득기격 역시 그 순수한 오행을 극하는 관살 세력이 사주에 섞여 있으면 격이 성립하지 않거나 크게 흠결이 생긴다. 이런 사주는 자신의 오행을 생하고 밀어주는 운(비겁·인성)에는 크게 발달하고, 자신을 극하는 관살운에는 오히려 큰 풍파를 겪는 경향이 뚜렷하다.

Exhibit 6-1. 내격·외격 한눈에 보기
구분대표 격일간과 세력의 관계핵심 처방 방향
내격(10종)정관·편관·정재·편재·식신·상관·정인·편인·비견(건록)·겁재(양인)일간이 중간 정도의 힘을 유지, 특정 십성이 격신으로 두드러짐격을 보좌·제어하는 상신(相神)을 찾아 균형
종격종재·종살·종아·종왕·종강일간이 압도적으로 약하거나(또는 종왕·종강처럼 압도적으로 강함) 특정 세력에 완전히 종속세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운을 반김
화기격갑기·을경·병신·정임·무계 합화일간이 합을 통해 제3의 오행으로 변화화한 오행을 생조하는 운을 반기고 극하는 운을 꺼림
일행득기격곡직·염상·가색·종혁·윤하사주 전체가 한 오행으로 순수하게 통일같은 오행·생조 오행 운을 반기고 극하는 관살운을 크게 꺼림
계통: 자평진전(子平眞詮)·연해자평(淵海子平) 격국 분류 전통을 저자가 종합 재구성.

5. 격국과 용신의 관계 — 무엇이 먼저인가

격국론을 처음 접하면 흔히 "그래서 용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충돌한다고 느끼기 쉽다. 정통 자평진전 계열의 논리 순서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격을 정한다. 월지 지장간의 투출을 기준으로 사주의 이름(정관격, 식신격 등)을 확정한다. 이것이 사주 해석의 "제목"이다.

2단계: 그 격을 살리거나 죽이는 상신(相神)을 찾는다. 상신은 넓은 의미의 용신으로, 격신(格神, 격을 이루는 십성)을 보좌하여 격을 완성시키는 오행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관격이라면 정관을 생하는 재성, 혹은 정관의 기운을 순조롭게 받아 흐르게 하는 인성이 상신이 될 수 있다. 상관격이라면 상관을 적절히 제어하는 인성(상관패인), 혹은 상관의 재능을 결실로 바꾸는 재성(상관생재)이 상신이 된다.

3단계: 상신이 실제로 사주 안에 존재하고 힘이 있는지, 그리고 그 상신을 파괴하는 기신(忌神)이 있는지를 살펴 성패를 가린다. 이것이 다음 장에서 다룰 성격(成格)·파격(破格)의 판정이다.

반면 억부법(億扶法)에서 말하는 용신은 이런 격의 이름과 무관하게, 오직 일간의 신강·신약 정도와 오행의 균형만을 기준으로 "일간을 돕거나 눌러야 할 오행"을 찾는 방식이다. 궁통보감 계열의 조후용신은 여기에 계절적 한난조습의 균형까지 더해 판단한다. 실전 명리 상담에서는 이 세 접근(격국·억부·조후)을 배타적으로 택일하기보다, 격국으로 사주의 유형과 사회적 페르소나를 먼저 파악한 뒤, 억부·조후로 실제 대운·세운의 길흉과 구체적 처방(직업, 색채, 방위 등 응용 조언)을 세우는 방식으로 통합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격국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말해준다면, 억부·조후 용신은 "지금 이 시기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말해주는 구조로 이해하면 실전 적용이 수월하다.

6. 성격(淸格)과 파격(濁格)

같은 이름의 격이라도 그 안의 구성에 따라 매우 다른 삶의 질로 나타난다. 이를 구분하는 개념이 성격(成格, 淸格)과 파격(破格, 濁格)이다.

성격(맑은 격, 淸格)은 격신(격을 이루는 십성)이 뿌리가 튼튼하고, 그 격을 보좌하는 상신이 온전히 자리 잡고 있으며, 격을 파괴하는 기신(忌神)이 없거나 있어도 힘이 미약한 경우다. 예컨대 정관격에 재성이 관을 생해주고 인성이 관의 기운을 순화해서 일간에게 전달하며, 상관처럼 관을 극하는 요소가 없다면 이는 전형적인 성격이다. 성격을 이룬 사주는 격이 상징하는 특성(정관격이라면 명예와 신뮤, 식신격이라면 복록과 여유)이 인생에서 순조롭게 실현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파격(탁한 격, 濁格)은 격신을 파괴하는 기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거나, 상신이 없거나 힘이 없어 격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파격 패턴은 다음과 같다: 정관격에 상관이 투출하는 상관견관, 정재·편재격에 비겁이 몰려드는 군겁쟁재, 식신격에 편인이 겹치는 효신탈식, 정인격에 재성이 침범하는 재극인, 양인·건록격에 관살의 제어가 전혀 없는 경우 등이다. 파격을 이룬 사주는 격이 상징하는 특성이 굴절되어 나타나거나, 그 영역(정관격이라면 직장·명예, 재성격이라면 재물과 이성)에서 반복적인 좌절을 겪는 경향으로 해석한다.

다만 파격이 곧 흉명(凶命)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격국론의 중요한 균형감각이다. 파격이 대운이나 세운에서 그 파괴 요소를 다시 제어하는 오행(예: 상관견관의 경우 인성운이 들어와 상관을 억제)을 만나면, 오히려 원국에서 억눌려 있던 잠재력이 극적으로 발현되는 시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를 "가상관(假傷官)"이나 "병약설(病藥說)"과 연결지어, 원국의 흠(病)을 치료하는 오행(藥)이 운에서 들어오는 시점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짚어내는 것이 격국론 실전 해석의 핵심 기법 중 하나다. 요컨대 성격과 파격의 판정은 고정된 낙인이 아니라, 대운·세운(9장 참고)과 결합해 시기별로 다시 읽어야 하는 동적인 판단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